오토바이 전국일주

10월 31일부터 3박 4일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전국을 달렸습니다. 대단한 경험은 아니지만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주요 경유지

1일차

4일간 발이 되어준 혼다 CBR125R

2012년에 장만한 혼다 CBR125R을 몰고 상수동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걱정됐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오토바이로 전국을 달려볼 수 있을까 싶어서 강행했습니다. 얼마전 득남한 초등학교, 고등학교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인천 청라지구로 향했습니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친구와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산 이충무공묘로 향했습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것이 생각보다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을 이때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이충무공묘에 도착하니 이미 5시가 넘었고 날씨도 더욱 싸늘해졌습니다. 이충무공묘는 충무공의 업적에 비하면 초라한 곳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살짝 들었습니다.

하루만에 목포까지 가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으나 현실적으로 부여 정도가 가능해보여서 부여 게스트하우스를 목표로 달렸습니다. 논산 유구에서 순대 라면을 먹으며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간신히 부여 게스트하우스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같은 방의 남자 2분과 맥주, 소주를 마시며 여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일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때 뿐이었습니다.

2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손가락 관절과 손목, 그리고 목까지 뻐근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날도 달려야했습니다. 4일이라는 시간이 오토바이로 전국을 달리기엔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부소산성을 그냥 지나치면서 다음에 부여에 와서 부소산성, 낙화암을 꼭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은 목포를 목표로 달렸습니다. 네비를 따라 달리다가 계백장군유적지가 있길래 가보았습니다. 유적지가 기대 보다 좋았습니다.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계백장군유적지 풍경

이날이 여행 중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정읍에서 추어탕을 먹으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특이하게 밥을 돌솥에 주어서 더욱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추어탕의 힘으로 부지런히 달려서 1일차보다는 일찍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일요일 게스트하우스는 고요했습니다. 풀타임 백수인 저 혼자 2층 침대 2개가 놓인 방을 사용했습니다.

혼자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목포를 배회했습니다. 그러다가 막걸리집에 들어가서 막걸리와 안주 하나를 시켜서 배불리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목포 막걸리집

3일차

3일차가 되니 손등이 뻐근했습니다. 오토바이 여행이 마치 군대에서의 유격 훈련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몸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맛있게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몸이 뻐근해서 일어나기 싫은 점이 비슷했습니다. 힘들지만 끝까지 해내면 뿌듯하다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스트하우스에서 계란후라이를 얹은 토스트에 오렌지주스로 요기를 하고 고하도 이충무공유적으로 향했습니다. 고하도는 충무공이 107일 동안 주둔하며 군사를 재정비한 곳이라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갔기에 편하게 유적 앞까지 가서 바로 유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차로 간다면 많이 걸어야 할 것 같고 가더라도 초라한 유적지를 보고 실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하도 이충무공유적 앞 바다

고하도를 뒤로 하고 안동 하회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주를 지나는데 한반도 지형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고 따라가보니 느러지 전망대가 나왔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반도 지형이 보였습니다. 여기도 오토바이가 아니면 찾아가기 힘들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회마을까지 네비상의 경로를 보니 담양을 지나가기에 담양 승일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돼지갈비 1인분이 양도 많고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담양을 거쳐 비홍재, 여원재 등을 지나갔습니다. 비록 날씨는 추웠지만 고개를 넘으면서 바라본 단풍의 아름다움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져서 구경할 거리가 없었습니다. 오토바이로 하회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다음에 부용대에 올라서 하회마을 전경을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안동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어제처럼 게스트하우스에 저 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2층 침대 4개가 있는 방을 저 혼자 썼습니다. 게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더니 다들 문을 닫아서 시장에서 순대와 닭강정을 사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먹었습니다. 안동에 왔으니 안동 소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1병 사서 먹었는데 다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하루의 피로를 저녁과 안동 소주 한 잔으로 달래주니 좋았습니다.

4일차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문경 새재를 가보고 싶었습니다. 한참을 달려 문경 새재 국립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문경 새재를 차나 오토바이로 통과하는 길은 없었습니다. 문경 새재는 다음에 와서 여유롭게 걸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경 새재 오던 길에 본 오미나라라는 오미자 와인 와이너리에 들렀습니다. 와이너리 투어를 무료로 받고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 시음했습니다. 한 번 쯤 가볼만한 곳이었습니다.

문경 새재 대신 이화령으로 달렸습니다. 이화령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이화령을 넘고서 열심히 달려서 상수동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이화령에서 내려다본 풍경

느낀점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유격 훈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안에 힘든 시간도 있고 행복한 시간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힘든 시간을 버텨냈기에 행복감이 따라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오토바이 여행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4일간 1000키로 이상을 달렸지만 주유비는 고작 4만 5천원에 불과했습니다. 차와 달리 몸을 보호해줄 프레임이 없기 때문에 장비를 잘 챙겨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헬맷, 자켓은 갖추었지만 바지를 대충 입었더니 엉덩이와 사타구니 쪽이 계속 아팠습니다. 다음에 또 오토바이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라이딩용 바지를 장만할 것 같습니다. 추위로 인해 고생을 좀 했습니다. 핫팩을 챙기거나 열선이 잘 갖춰진 좋은 오토바이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전국을 여유롭게 돌아보려면 2주 정도는 기간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일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하루하루 가야할 목적지를 정하고 목적지를 향해 그저 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쁘게 달리기만 했지만 이곳저곳 달리다보니 다음에 가고 싶은 곳들을 찍어둘 수 있었습니다. 또한 추위로 인해 가을이 다 끝난 것 같았지만 산과 들을 달리며 단풍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오토바이 여행을 하게 된다면 고개 여행이나 장군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수 많은 고개를 넘으며 우리나라의 자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나라를 지켜온 장군을 기리는 유적이나 흔적을 쫓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

이번 여행을 통해 좋았거나 좋을 것 같아서 다음에 가고 싶은 곳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대둔산로 드라이브
  • 부소산성. 낙화암
  • 계백장군유적지
  • 전봉준장군 생가
  • 비홍재. 비홍로 드라이브
  • 여원재 드라이브
  • 남원 동편제마을
  • 하회마을 부용대
  • 봉정사
  • 도산서원
  • 회룡포(가을동화촬영지)
  • 삼강주막
  • 문경카트랜드 근처 단풍 구경
  • 오미나라
  • 문경 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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